2014-08-07

미국에서의 소프트웨어 특허 동향 -Software Partnership Meeting at USPTO-



지난 7월 22일, 미국특허청(USPTO)에서는 “Software Partnership Meeting”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 미팅은 지난 6월 19일 미국 대법원에서 내려진 Alice corporation PTY. LTD. v. CLS Bank international et al. 사건의 판결과 관련하여, USPTO에서 정리한 심사관 교육지침을 공개하고, 실제 이해당사자들인 기업의 지식재산권 담당자 및 로펌의 Patent Attorney(변리사)들이 참석하여 다양한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


1. 배경

금융거래와 관련된 특허들을 소유한 Alice와 국제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CLS Bank간에 특허무효 및 특허침해와 관련된 소송에서 CLS Bank는 Alice의 특허가 무효임을 주장하였고, Alice는 본인들의 특허를 CLS Bank가 침해하였음을 주장하였다. 본 사건은 지방법원(District Court)와 연방순회법원(Federal Circuit Court) 단계를 거쳐서, 대법원까지 진행되었다.

그간 Alice vs CLS Bank 사건은 미국 특허 업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특허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미국 특허법 35 U.S.C. § 101에 따른 특허가능한 대상물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지금껏 항상 그 경계와 명확한 판단이 모호한 영역이였다. 특히, 판례법의 구조를 가진 미국 법률사회에서는 모호한 영역에 대한 판단기준이 대법원의 판례로써 형성되어 나가기 때문에, 비지니스 방법에 대한 특허적격성이 이슈가 되었던 Bilski와 Kappos 사건(2010년), 치료방법과 관련된 특허적격성이 이슈가 되었던 Mayo와 Prometheus 사건(2012년)들처럼 특허가능한 대상물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들은 항상 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Alice사의 특허들은 소프트웨어 특허의 특징들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고, 미국 소프트웨어산업은 매년 150억불의 경제규모를 가질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본 사건이 더욱 큰 주목을 받아왔었다.

이렇게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2014년 6월 19일, Alice의 특허가 ‘추상적인 아이디어(abstract idea)’에 불과하므로 특허가능한 대상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즉, Alice특허가 특허무효라고 최종 판결하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 판결문에서 ‘software’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이번 판결로서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지표가 세워질 것이라 기대하였는데, 일부러 그러한 기대를 회피한 것처럼 판결문 전체에서 ‘software’라는 단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2. 해석 및 업계 반응

많은 주목 및 기대를 받던 판결인 만큼 결론이 나오자마자 각계에서 다양한 반응 및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판결을 “Death of Software Patents”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앞으로 어떻게 소프트웨어특허를 만들어야 35 U.S.C. § 101에 따른 거절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한탄도 있었다. 또한 대법원이 기대를 져버리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허나 시간이 갈수록 극단적인 비판과 반응은 줄어들었고, 2014년 6월 25일, USPTO가 Alice vs CLS Bank 사건의 판결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취지를 담은 “Preliminary Examination Instructions in view of the Supreme Court Decision in AliceCorporationPly.Ltd.v.CLSBankinternational,etal.”을 발행하여 배포한 이후부터는 판결에 대한 비판보다는 앞으로 어떠한 특허전략을 가져가야할지에 대한 의견들이 활발하게 교환되었다.

3. USPTO의 입장

USPTO는 판결이 있은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Memorandum을 발행하였다. USPTO에서는 ‘Manual of Patent Examining Procedure (MPEP)’를 중심으로 심사가 진행되지만, 중요한 판례가 나오거나 새로운 법령제정 등의 변화가 있는 경우, Memorandum을 신속하게 발행하여 변화에 따른 심사의 가이드라인 변경을 공개한다. 이를 참조하여 발명자나 변리사들이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큰 주목을 받고 있었던 사건이고, 미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었으므로, 더욱 신속히 Memorandum이 발행되었다.

Memorandum에 나타난 USPTO의 관점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방어적이었는데, 이전의 Bilski v. Kappos 사건과 Mayo v. Prometheus 사건에 의하여 세워진 특허가능한 대상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아주 약간만 변경하는 선에서 심사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i) 특허가능한 대상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모든 카테고리의 발명에 동일한 방법을 적용한다, ii) 먼저, 청구항이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포함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iii) 만약 추상적 아이디어를 포함한다면, 청구항의 다른 구성요소들을 더 포함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 추상적 아이디어 자체에 흔히 사용된 전통적인 방법 그 이상 (“significantly more”) 인지 여부를 판단한다』라는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번 Alice vs CLS Bank 사건의 판결은 소프트웨어 발명이나 비지니스 모델 발명의 특허적격성에 대한 어떠한 새로운 요건이나 제한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USPTO의 관점도 담겨 있었다.


4. Software Partnership Meeting

이번 Alice vs CLS Bank 사건의 판결이 특별하게 소프트웨어 발명에 대한 어떠한 지표를 세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USPTO가 발표하긴 했지만, 마치 그것이 혼란을 막기 위한 표면적 발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많은 실무자들이 미팅에 참석하였다.

  (1) Functional Claiming Training
USPTO의 심사정책국 차장인 Drew Hirshfeld, 통신기술 분야의 심사관인 Derris Banks, 전자상거래 분야의 심사관인 Greg Vidovich의 순서로, 현재 기능적 청구항(Functional Claiming)의 해석 및 판단을 위하여 USPTO 심사관들에게 주어진 가이드라인을 설명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심사관 트레이닝 모듈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소개 및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소프트웨어 발명이 기능적 청구항을 다수 포함하므로, 소프트웨어 발명의 관점에서 어떠한 것이 기능적 청구항으로 해석되고, 해석된 기능적 청구항의 범위는 어떻게 설정하며,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USPTO의 심사관 교육지침들이 소개되었다(이러한 교육지침의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는 본 미팅의 모든 발표자료들은, USPTO의 홈페이지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특허의 기능적 청구항의 해석이 모호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특허괴물들에 의하여 자주 공격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 내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 중 82%가 소프트웨어 특허 분야이다.  따라서, 이런 공격에 대한 사회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하여, 35 U.S.C. § 112 (b) 그리고 35 U.S.C. § 112(f)에 따른 기능적 청구항의 해석과 판단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하고, 그러한 부분에 대하여 외부인들의 의견을 받아서 전체적인 기능적 청구항의 활용범위를 정립해 나가려는 USPTO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2) Presentations from Stakeholder
다음으로, Stakeholder들의 프리젠테이션들이 이어졌다. 미국변호사협회를 대표해서 참석한,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하는 로펌인 Oblon Spivak의 Chris Bullard, 소송사건을 많이 처리하는 로펌인 Klarquist Sparkman의 John Vandenberg, 기업측을 대표해서 나온 Microsoft의 David Jones, Oracle의 Eric Sutton, Google의 Laura Sheridan이 각각, 그들의 소프트웨어 발명에 대한 관점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앞으로 개선되어야할 점들에 대한 발표를 이어나갔다.

각 발표자들 모두 공통적으로 중요시하여 언급한 것은 ‘명확한 청구범위’의 필요성이었다. 이전에는, 넓은 권리범위의 획득을 도모하고자 청구범위를 약간은 모호하게 작성하는 경향이 있어왔으나, 최근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판례경향 하에서 그러한 전략은 득보다 실이 크며, 모호한 경계는 출원인, USPTO, 법원, 제3자 모두에게 불확실함의 리스크를 가져오게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최근에 무효로 판결된 특허들에 비추어 볼때, 소프트웨어 발명에 있어서는,  더더욱 최초 출원시 부터, 명확한 청구범위, 그리고 그 명확성을 더해주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하여 공통적인 의견을 모았다.  추가로, 각각의 발표자들이 주장했던 내용 중, 주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되었던 점들을 아래에 간추려 보았다.

먼저, 미국 변호사협회(ABA)의 IP분회를 대표해서 나온Oblon Spivak의 Chris Bullard는, USPTO의 트레이닝 모듈과 이러한 의견 교환의 기회에 대해서 ABA의 입장에서 매우 환영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예전처럼 모호하면서 넓은 권리범위를 가지는 청구항의 작성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범위를 가지는 작고 단단한 특허를 추구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USPTO에서도 애매한 권리범위를 가진 특허출원의 경우에는 35 U.S.C. §112 (b) 그리고 35 U.S.C. §112(f)등의 거절이유를 활용하여, 품질이 떨어지는 특허권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여 달라고 주문하였다.

다음으로, KlarquistSparkman의 John Vandenberg는 전체적으로 USPTO의 가이드라인에 동의하지만, 알고리즘과 관련된 내용에서 기능적 청구항이 알고리즘을 포함함으로써 구조적인 사항을 포함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대하였다. 그의 관점에서는 알고리즘은 구체성이 없는 요소이므로, 기능적 청구항이 알고리즘을 포함한다는 것만으로 35 U.S.C. § 112(f)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균등론의 적용에 대한 관점에서 Functional Claim의 기능 그 자체도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어야 권리범위의 모호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므로, 그러한 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심사경향을 가져가 달라고 요청하였다.

Microsoft의 David Jones는 기능적 청구항이 Microsoft의 특허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였고, 그렇기 때문이 이러한 USPTO에서의 논의를 매우 환영한다고 말하였다. 그는 두 가지 제안을 내어 놓았는데, 첫째로 functional claim을 판단함에 있어서 기술중립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심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둘째로 심사관 트레이닝이 지속적으로 되어서 모든 심사관이 전체적인 심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사항을 숙지하여 심사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Oracle의 Eric Sutton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본인의 생각을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애매한 범위를 가지게 만드는 원인은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되곤 하는데, 부정확한 관사(antecedent basis)의 사용, 부연 설명 없이 그 의미자체가 부정확한 단어(예: event)의 사용, 또는 단순히 기능만 기재하고 그 기능이 작용하게 되는 원인과 그 기능으로 인한 결과를 기재하지 않은 것들을 그 예로 들었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로, 『i) 의미가 모호한 표현으로 된 청구항이 있는 경우, 실제 선행기술검토를 수행하기 이전에, 출원인(또는 대리인)에게 심사관이 전화 등으로 연락하여, 그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개설하는 것, ii) 불명확한 상태에서 심사관의 그 범위를 추청(assumption)하여 심사를 하였다면, 어느 부분을 어떻게 추정하였는지를 Office Action에 기재함으로써 특허권의 범위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기록을 만들자는 것, 그리고 iii) 필요하다면, 실제 선행기술검토 이전에, §101/§112를 거절이유로 하는 Office Action을 발행하여 청구항의 구체화를 먼저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하였다.

 (3) Open Discussion

심사관, 기업 인하우스 변리사, 로펌의 변리사들 간의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특히 USPTO의 공식레터를 통하여 언급하기는 어려운 작은 실무적인 사항에 대하여 많은 질의응답이 이루어 졌는데, 예를 들면 알고리즘을 어디까지 자세하게 기재해야 하는지, code단계까지 기재해야 하는지, function의 기재와 function의 결과를 어느 정도로 기재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논의되었다. 비록 명쾌하게 정답이 나오지 않는 사항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크고 작은 것들을 다른 실무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심사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5. 소감

지면의 한계로 하나하나 언급하진 못하였지만, 현장에서는 특허를 심사하는 심사관, 기업의 인하우스 변리사들, 그리고 로펌의 변리사들 사이에 많은 실무적인 관점의 질문이 오고 갔는데, 본래 정해진 종료시간인 오후 5시를 훌쩍 넘겨서까지 질의응답이 계속되었다.

재미있었던 질문 중의 하나는 “발명자는 자신의 기술을 낱낱이 기재하여 공개하고 싶진 않아하고, USPTO는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해 더욱 상세한 기재를 요구하는데, 대리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냐”는 로펌에 소속된 한 변리사의 투정섞인 질문이 있었는데, 그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쾌하게 답변해주지 못했다. 기업에서 나온 인하우스 변리사들조차도 “본인들도 때때로 그런 발명자 때문에 애를 먹곤하니 같이 힘내자”는 재치있는 답변 아닌 답변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전체적인 미팅은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분위기로 시종일관 진행되었다. 오프라인 참석자뿐만 아니라 온라인 참석자들도 활발히 질문하여 미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였다. 참석자들의 면면은 USPTO 청장대행, 前수석판사, 로펌의 변리사, Google, Microsoft, Oracle 등 거대 기업들의 인하우스 변리사들로 화려했지만, 분위기만큼은 매우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분위기였다. 이처럼 USPTO, 실무자, 기업간의 활발한 토론과 그러한 토론에 기초한 연구활동이 강한 특허를 만들고, 미국을 지식재산권 선도국가로 이끄는 힘이자 원동력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위 기고문은 대한변리사회 신문인 "특허와상표 제839호" 7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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